대리권을 전자문서로 증명할 수 있다고 적은 상법 제368조 제2항 개정규정의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입니다. 지금 시행 중인 문언은 「서면」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2026년 7월, 1심 법원이 그 개정이 시행되기 전에도 전자위임장의 효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사건이 나왔습니다. 조문이 아직 열어 주지 않은 문을 법원이 먼저 열어 둔 모양이고, 그래서 회사가 정할 것은 가능 여부가 아니라, 무엇을 갖추고 어디까지 감수할 것인가입니다.
이 글은 주주에게서 위임을 받아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상장회사를 다룹니다. 위임장을 내는 주주 쪽이 아니라, 그 위임장을 받아 세는 회사의 자리에서 씁니다.
지금 시행 중인 조문은 「서면」만 정합니다
오늘 상법 제368조 제2항을 펴면 전자문서라는 말이 없습니다.
상법 제368조 — 총회의 결의방법과 의결권의 행사 (현행)② 주주는 대리인으로 하여금 그 의결권을 행사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그 대리인은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을 총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 문언이 정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주주는 대리인에게 의결권 행사를 맡길 수 있고, 그 대리인은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을 총회에 제출한다는 것입니다. 대리권의 증명 방법을 서면으로 적어 둔 자리가 여기입니다.
그 서면은 원본이 원칙입니다. 위조나 변조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어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본은 여기서 말하는 서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94다34579). 회사가 총회 당일 원본 지참을 요구해 온 관행은 이 원칙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조문만 읽으면 결론은 하나로 보입니다. 회사가 받아 세는 것은 종이 위임장이고, 화면으로 받은 위임은 그 자리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2027년 1월 1일부터 「서면 또는 전자문서」가 됩니다
개정규정은 이미 공포돼 있고 문언도 확정돼 있습니다. 시행일만 남아 있습니다.
상법 제368조 개정규정(2027년 1월 1일 시행) — 총회의 결의방법과 의결권 행사② 주주는 대리인으로 하여금 그 의결권을 행사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그 대리인은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 또는 전자문서를 총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상법 부칙 제20991호(2025년 7월 22일 공포) 제1조(시행일) —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 제364조, 제368조, 제542조의14 및 제542조의15의 개정규정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시행일을 정한 것은 부칙 단서입니다. 본칙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6년 7월 23일에 시행됐지만, 위 네 조문은 그 줄에서 빠져 2027년 1월 1일로 따로 묶였습니다. 2026년 9월 10일에 시행된 개정은 집중투표 적용례를 담았을 뿐 이 조문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바뀌는 것은 대리권을 증명하는 방법 하나입니다. 대리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대리인이 증명자료를 총회에 제출한다는 것도 그대로입니다. 종이로만 받던 자리에 전자문서가 나란히 들어옵니다.
| 항목 | 2026년 12월 31일까지 | 2027년 1월 1일부터 |
|---|---|---|
| 대리권 증명 수단 | 서면 | 서면 또는 전자문서 |
| 조 표제 | 총회의 결의방법과 의결권의 행사 | 총회의 결의방법과 의결권 행사 |
| 대리행사 자체의 허용 | 허용 | 같음 |
| 제출 상대 | 총회 | 같음 |
| 정관에 근거를 둘 필요 | 조문에 없음 | 조문에 없음 |
같은 부칙 단서에 제542조의14와 제542조의15가 함께 묶여 있어 두 이야기가 자주 섞입니다. 그쪽은 총회 자체를 원격으로 여는 제도이고, 이 글이 다루는 것은 총회에 나올 사람이 대리권을 무엇으로 증명하는가입니다.
회사가 전자주주총회를 열지 않아도 전자문서 위임장은 쓸 수 있고, 반대로 전자주주총회를 열어도 위임장을 종이로만 받을 수 있습니다. 사내 보고서에서 두 항목을 한 줄에 묶으면 준비 범위가 실제보다 커집니다.
법원은 시행 전에도 전자위임장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가 2026년 7월 24일에 선고한 2025가합101567 사건입니다.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툰 소송이었고, 쟁점 가운데 하나가 전자적으로 작성된 위임장 296장을 표로 셀 수 있는가였습니다.
회사는 그 위임장으로 들어온 표를 일단 집계했습니다. 그리고 집계를 마쳐 상대 측 안건까지 가결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뒤에 전자위임장의 효력을 부인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위 판결 (1심) — 판결문 12면전자서명과 함께 전자적 방법으로 작성된 위임장도 상법 제368조 제2항의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에 포함될 수 있고, 비록 (…) 개정 상법이 아직 시행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전자위임장을 통한 의결권 증명 및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는 정관에 전자위임장에 관한 별도의 정함이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정관을 고쳐 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자위임장을 물리칠 수는 없다고 본 것이 뒤 문장입니다. 회사가 정관 변경 안건을 먼저 올려야 이 길이 열린다고 읽으면, 필요 없는 특별결의를 준비하게 됩니다.
회사가 자필 서명과 날인을 요구한 부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전자서명은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는 전자서명 법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판단 이유였습니다. 결론은 결의방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었고, 결의는 무효로 판단됐습니다.
그 판단에는 한계가 셋 있습니다
첫째, 1심입니다. 항소가 제기됐는지, 판단이 확정됐는지는 판결문만으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상급심에서 결론이 달라질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고, 사내 검토 자료에 옮길 때도 심급을 함께 적어야 받는 사람이 무게를 제대로 읽습니다.
둘째, 전자위임장이면 무조건 인정된 것이 아닙니다. 법원이 효력을 인정한 것은 아래를 갖춘 위임장이었습니다.
- 공신력이 확인된 전자서명 솔루션 — 국제 보안 표준 인증과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갖추고 다른 회사 주주총회에 쓰인 전례가 있었습니다
- 문서이력인증서 — 가입자 성명·휴대전화번호·본인인증 내역·인증 시각·접속 주소·생성 시각이 적혀 있어, 출력본이어도 원본과 같고 고쳐지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됐습니다
- 본인인증 방식 — 개인은 휴대전화 본인인증, 법인은 범용 공인인증서를 거쳤습니다
- 주주 여부 확인 — 위임장 작성 단계가 아니라 회사가 총회 당일 주주명부와 대조하는 절차로 해결된다고 보았습니다
판결문이 효력을 인정하며 근거로 든 사정입니다. 이 가운데 무엇이 빠져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에 신의칙 쪽 사정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회사가 집계를 마치고 결과를 확인한 뒤에 효력을 부인했다는 점을 판결문이 되풀이해 지적합니다. 요건을 갖췄다는 사실과 회사가 뒤늦게 말을 바꿨다는 사실이 같은 판단 안에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처음부터 원본 제출을 요구했을 때에도 같은 결론이 나올지는 이 판결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판결문에 그 경우를 다룬 문언이 없습니다. 이 판결을 「전자위임장은 언제나 유효하다」로 옮겨 적으면 판결이 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이 됩니다.
셋째, 사건번호로 이 판결을 찾아 읽기가 어렵습니다. 선고가 최근이라 판례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되지 않고, 그래서 이 글에도 사건번호만 적고 링크를 걸지 않았습니다. 사내 자료에 근거로 올리려면 판결문 자체를 확보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금도 길은 있지만 근거의 무게가 다릅니다
2027년 1월 1일 전에도 전자문서로 받은 위임을 표로 세는 길은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은 확정된 조문이 아니라 확정되지 않은 1심 판단 위에 놓여 있습니다. 두 가지는 무게가 다르고, 회사는 그 차이를 알고 선택해야 합니다.
택하기로 했다면 갖출 것은 판결이 본 것과 같은 자리입니다. 전자서명과 문서이력인증서를 갖춘 솔루션을 쓰고, 본인인증 기록이 남게 하고, 주주 여부는 총회 당일 주주명부와 대조하는 절차로 확인합니다. 이 가운데 무엇이 비면 그 회사는 판결이 본 사안과 다른 자리에 서게 됩니다.
정관은 먼저 고치지 않아도 됩니다. 판결이 정관에 별도의 정함이 없어도 마찬가지라고 밝혔고, 개정 조문도 정관 근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시행일 전에 정관 변경 안건을 서둘러 올릴 이유는 이 주제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회사가 진 자리가 정확히 여기입니다.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 위임장의 효력을 부인한 행위를 법원이 거듭 문제 삼았고, 결의 무효에 더해 의장 개인에게 위자료 책임까지 인정했습니다.
전자위임장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접수 전에 정해 공지합니다. 받아 놓고 세는 단계에서 뒤집으면, 결의가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받지 않기로 하는 것도 선택입니다. 그때는 위임장 접수 안내에 종이 원본만 받는다는 것을 미리 적고, 권유 단계부터 그 기준으로 일관되게 운영합니다. 안내 없이 접수 창구에서 돌려보내면 주주와 다툼이 남습니다.
2027년 1월 1일이 지나면 이 선택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때부터는 전자문서가 조문에 적힌 증명 수단이 되므로, 회사가 정할 것은 받을지 여부가 아니라 어떤 절차로 받을지입니다. 지금 기준을 세워 두면 시행일에 다시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