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를 앞둔 어느 상장 제조업체에 서면 한 장이 접수됐습니다. 지분 12%를 모은 주주들이 이번 이사 선임을 집중투표로 해 달라고 청구한 서면이었습니다. 담당자인 박 과장은 요건을 먼저 확인했고, 요건이 맞는다는 것까지 확인한 뒤 다음 질문에 부딪혔습니다. 12%가 표를 몰면 이사 네 자리 가운데 몇 자리가 넘어가는 걸까요.

집중투표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주주는 1주마다 그 총회에서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갖습니다. 그 표는 후보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고, 자리는 표를 많이 얻은 후보부터 차례로 채워집니다. 결과를 가르는 값이 지분율 하나가 아니라 지분율과 「한 번에 몇 자리를 뽑는가」라는 두 값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같은 12%가 네 자리를 뽑는 총회에서는 한 석을 가져가고, 두 자리를 뽑는 총회에서는 한 석도 가져가지 못합니다.

이 글은 최근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2조 원 미만이고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조항이 없는 상장회사를 다룹니다. 그 선 위에 있는 회사는 청구 지분 요건과 정관 배제 가능 여부가 함께 달라 경로가 갈립니다.

2026년 9월 10일부터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가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할 수 없게 됩니다. 대상 회사의 범위는 상법 시행령 제33조가 자산총액으로 긋습니다. 그 선 아래에 있는 회사에 이 개정은 걸리지 않고, 청구를 받을지는 지금도 앞으로도 정관에 그 조항이 있는지로 갈립니다. [관련 법령: 상법 제542조의7 제3항 개정규정(2026년 9월 10일 시행)]

네 값이 모두 맞으면 그 총회의 이사 선임은 집중투표로 진행됩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 청구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시점확인하는 값근거
총회일 6주 전청구가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접수됐는지상법 제542조의7 제1항
청구 접수 즉시청구 주주의 지분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인지상법 제382조의2 제1항
청구 접수 즉시정관에 집중투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는지상법 제382조의2 제1항
안건 확정이번 총회에서 선임할 이사가 2명 이상인지상법 제382조의2 제1항
체크리스트
□청구 서면의 접수일이 총회일 6주 전 안인지 확인합니다 — 총회일 6주 전
□청구 주주의 보유 주식을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로 나눠 3% 이상인지 셉니다 — 청구 접수 즉시
□이번 총회에서 선임할 이사 수를 확정해 주당 의결권 배수를 정합니다 — 안건 확정
□주주별 총 표수를 후보에게 나눠 갈릴 자리 수를 계산합니다 — 소집 통지 전
□정관에 의사정족수 조항이 있는지 확인해 당일 출석 주식 수와 대조합니다 — 총회 당일

총회일 6주 전 — 청구가 요건을 갖췄는지 맞춰봅니다

먼저 볼 값은 접수 시점입니다. 상장회사에 집중투표를 청구할 때는 주주총회일의 6주 전까지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회사에 내야 합니다. 정기주주총회라면 6주를 세는 날은 실제 총회일이 아니라 직전 연도 정기주주총회일에 해당하는 그해의 해당일입니다. 상장회사가 아닌 회사의 마감이 총회일 7일 전인 것과 견주면 한참 앞당겨져 있습니다.

다음은 지분입니다. 청구할 수 있는 주주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뺀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입니다. 분모에서 의결권 없는 주식을 빼는 대목을 놓치면 요건 판정이 흔들립니다. 무의결권 우선주를 발행한 회사라면 그만큼 분모가 줄어, 같은 주식 수로도 3%를 넘길 수 있습니다.

정관도 같은 자리에서 봅니다. 이사 선임 조항 아래에 집중투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장이 있으면 주주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 문장이 없는 회사에는 이 절차가 그대로 열려 있습니다.

조건이사를 2명 이상 선임하는 총회이고,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조항이 없는 경우

할 일접수일이 총회일 6주 전 안인지 확인하고, 청구 주주의 보유 주식을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로 나눠 3% 이상인지 셉니다.

완료 판단요건 충족 여부가 하나의 판단으로 정리되고, 어떤 분모로 셌는지가 근거와 함께 남습니다.

놓쳤을 때요건을 갖춘 청구를 지나친 채 일반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면 결의 방법을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청구 직후 — 몇 자리를 뽑느냐가 주당 표 수를 정합니다

주당 의결권 수는 그 총회에서 선임할 이사 수와 같습니다. 세 자리를 뽑으면 1주에 3표, 네 자리를 뽑으면 1주에 4표입니다. 조문이 그 배수와 자리를 채우는 순서를 함께 정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382조의2 제3항·제4항 ③제1항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 이사의 선임결의에 관하여 각 주주는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가지며, 그 의결권은 이사 후보자 1인 또는 수인에게 집중하여 투표하는 방법으로 행사할 수 있다.
④제3항의 규정에 의한 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투표의 최다수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되는 것으로 한다.

실무가 쥐는 값은 이사 수입니다. 몇 자리를 한 번에 뽑을지는 정관의 테두리 안에서 이사회가 안건을 짜며 정하고, 그 수가 곧 모든 주주의 표를 몇 배로 불릴지를 결정합니다.

배수가 커지면 한 자리에 걸리는 표의 문턱은 내려갑니다. 네 자리를 한꺼번에 뽑으면 모든 주주의 표가 네 배로 늘지만 자리는 네 개뿐이라, 소수 지분이 한 자리를 가져갈 여지가 생깁니다. 자리 수를 줄이면 문턱은 반대로 올라갑니다. 이것은 조문에 적힌 수치가 아니라 배수와 순위에서 나오는 계산 결과입니다. 다만 줄이는 데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집중투표는 이사 2명 이상을 선임하는 총회에서만 청구할 수 있으므로, 이번 총회에서 뽑을 자리가 1석이면 문턱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 제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관련 법령: 상법 제382조의2 제1항]

조건청구가 요건을 갖춘 것으로 확인된 뒤

할 일이번 총회에서 선임할 이사 수를 확정하고, 그 수를 주당 의결권 배수로 삼아 주주별 총 표수를 산출합니다.

완료 판단선임할 자리 수와 주주별 총 표수가 각각 하나의 숫자로 정리됩니다.

놓쳤을 때자리 수를 정하지 않은 채 후보를 먼저 확정하면 표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됩니다.

소집 통지 전 — 후보별로 표를 나눠 갈릴 자리를 세어봅니다

이제 숫자를 놓아 봅니다. 아래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가 1,000만 주이고 이번 총회에서 이사 네 명을 뽑는 회사의 예입니다. 대주주 측이 450만 주, 청구한 주주들이 120만 주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주주는 총회에 오지 않았다고 놓았습니다.

주당 4표이므로 대주주 측이 쥔 표는 1,800만 표, 청구 주주가 쥔 표는 480만 표입니다. 대주주 측이 후보 네 명에게 표를 고르게 나누면 한 명당 450만 표가 됩니다. 청구 주주가 후보 한 명에게 480만 표를 전부 몰면 그 후보의 득표가 가장 많아집니다.

네 자리를 뽑는 총회의 후보별 득표
청구 주주 후보480만 표
대주주 측 후보 ①450만 표
대주주 측 후보 ②450만 표
대주주 측 후보 ③450만 표
대주주 측 후보 ④450만 표

후보 다섯 명 가운데 자리는 네 개입니다. 480만 표를 받은 후보가 첫 자리를 확정하고 남은 세 자리는 450만 표로 똑같은 네 명 사이에서 갈립니다.

남은 세 자리에서 그림이 멈춥니다. 앞의 조문은 「투표의 최다수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채운다고만 정했고 표가 같을 때 누구를 앞에 두는지는 이 조문 여섯 개 항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자리를 정리한 판례나 해석례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고르게 나눈 배분은 낙선자를 한 명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 한 명이 누구인지 모르는 채로 총회 당일을 맞습니다. [관련 법령: 상법 제382조의2 제4항]

대주주 측이 후보를 세 명으로 줄여 한 명당 600만 표를 몰아도 결과는 같습니다. 자리가 네 개인데 후보가 네 명뿐이면 청구 주주 후보까지 모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지분 45%로 네 자리를 다 채우려면 후보 네 명 모두를 480만 표 위로 올려야 하는데, 쥔 표가 1,800만 표라 그 배분이 나오지 않습니다. 후보를 자리 수에 맞춰 줄여 두면 동수가 생길 자리 자체가 없어집니다.

반대쪽에도 같은 함정이 있습니다. 청구한 주주들이 480만 표를 두 후보에게 240만 표씩 나누면 두 후보가 모두 450만 표에 밀려 한 자리도 얻지 못합니다. 청구한 쪽에서도 배분은 취향이 아니라 계산의 결과입니다.

주의 표를 고르게 나누는 쪽이 안전해 보이지만, 자리 수보다 후보가 많을 때는 그 배분이 곧 낙선자를 만듭니다. 어느 편이든 후보 수와 배분을 함께 정하지 않으면 표는 넉넉한데 자리를 잃습니다.

같은 12%라도 두 자리를 뽑는 총회에서는 결과가 달라집니다. 주당 2표이므로 대주주 측은 900만 표, 청구 주주는 240만 표를 쥡니다. 대주주 측이 후보 두 명에게 450만 표씩 나누면 청구 주주 후보의 240만 표는 세 번째가 되어 자리를 얻지 못합니다. 지분이 그대로여도 뽑는 자리가 줄면 결과가 뒤집힙니다.

조건선임할 이사 수와 후보 명단의 윤곽이 잡힌 뒤

할 일주주별 총 표수를 후보에게 나누는 경우를 몇 가지 놓고, 각 경우의 득표 순위와 당선자를 세어 봅니다.

완료 판단후보 구성별로 갈리는 자리 수가 정리되고, 소집 통지에 올릴 후보 명단이 그 계산 위에서 정해집니다.

놓쳤을 때소집 통지를 내보낸 뒤에는 후보 명단을 바꾸기 어려워 계산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총회 당일 — 최다득표 순으로 채우고, 결의 요건은 따로 봅니다

당일에 먼저 할 일은 청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입니다. 의장은 의결에 앞서 집중투표 청구가 있었다는 취지를 주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다음 투표를 받아 표를 세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부터 차례로 자리를 채웁니다. [관련 법령: 상법 제382조의2 제5항]

여기서 갈라 두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집중투표는 주주가 쥔 표를 어떻게 나눠 행사할지를 정하는 방법이고, 총회 결의가 성립하는 요건은 그와 별개입니다. 상법은 총회의 결의를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으로 하도록 정하면서, 정관으로 달리 정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관련 법령: 상법 제368조 제1항]

그래서 정관에 「발행주식총수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출석」 같은 의사정족수 조항을 둔 회사라면 그 조항을 함께 봐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사 선임을 집중투표로 하는 경우에도 정관에 규정한 의사정족수는 충족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6다217741). 표 계산이 맞아떨어져도 출석이 모자라면 그 자리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의사록에는 후보별 득표수를 그대로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순위로 자리가 갈리는 방식이라, 나중에 결과를 확인하려면 각 후보가 몇 표를 받았는지가 필요합니다.

조건총회 당일 의결 직전

할 일집중투표 청구 사실을 의장이 알리게 하고, 정관의 의사정족수 조항과 당일 출석 주식 수를 대조한 뒤 표를 셉니다.

완료 판단득표 순위와 당선자가 의사록에 남고, 의사정족수 충족 여부가 함께 기록됩니다.

놓쳤을 때청구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의사정족수를 지나치면 결의 방법을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청구를 받은 회사가 세어야 할 값은 넷입니다. 접수 시점, 청구 주주의 지분, 이번 총회에서 뽑을 자리 수, 그리고 후보별로 나눈 표입니다. 앞의 두 값은 요건이라 회사가 바꿀 수 없고, 뒤의 두 값은 안건을 짜는 과정에서 정해집니다. 계산을 소집 통지 전에 끝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통지가 나간 뒤에는 후보 명단이 굳고, 그때부터 남는 일은 표를 세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