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자산 1조 2,000억 원 규모 화학회사에서 주식 업무를 맡고 있는 정 과장은 이번 정기주주총회 안건 초안을 받았습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정관 일부 변경이 나란히 적혀 있었고, 세 건이 한 해에 같이 올라온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느 것을 몇 번 의안으로 놓을지 정하려고 지난해 의사록을 열었지만 선례가 없었습니다. 상정 순서를 정하기 전에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할까요?

몇 번 의안을 어디에 놓으라고 정해 둔 조문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묶지 말라고 정한 조문은 있습니다. 감사의 선임·보수결정 의안을 이사의 선임·보수결정 의안과 갈라 놓으라는 규정이고, 어기면 회사가 아니라 이사 등 임원 개인에게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거기에 걸리지 않는 자리는 회사가 정하되, 안건마다 통과선이 다르고 빼야 하는 주식도 다릅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은 보통결의 안건인데 이사를 겸하는 주주의 주식이 분모에서까지 빠지고,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입니다.

보통결의와 특별결의는 통과선의 이름이고, 어느 쪽이냐에 따라 필요한 표가 달라집니다.

이 글은 이사 보수한도 승인과 정관 변경을 같은 정기주주총회에 올리는 자산 2조 원 미만 상장회사를 다룹니다. 2조 원 이상이면 정관 변경 안건에 걸리는 제한이 달라 경로가 다릅니다.

우리 회사 안건 목록에 걸리는 것과 그 근거
한 의안으로 묶으면 어느 통과선을 적용할지가 표결에서 문제가 됩니다.
확인 항목값근거 조문
감사·이사의 선임과 보수결정 의안서로 별도로 상정해 의결상법 제542조의12 제5항
이사 보수한도를 정하는 곳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않았다면 주주총회 결의상법 제388조
보수한도 승인의 통과선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상법 제368조 제1항
보수한도 안건에서 의결권이 없는 주주그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상법 제368조 제3항
행사할 수 없는 주식의 계산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수에 산입하지 않음상법 제371조 제2항
정관 변경을 결의하는 기관주주총회상법 제433조 제1항
정관 변경의 통과선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상법 제434조

체크리스트 — 정기주주총회일을 기준으로

  1. 정관 확인 단계정관의 보수 조항을 열어 한도를 적어 두었는지 확인합니다. 적어 두었다면 승인 안건이 아니라 정관 변경 안건이 됩니다.
  2. 안건 목록 초안 단계안건 목록을 통과선별로 두 갈래로 나눕니다. 보통결의로 되는 안건과 특별결의가 필요한 안건은 다릅니다.
  3. 주주명부 확인 단계주주명부에서 이사를 겸하는 주주의 주식수를 뽑아 둡니다. 이 숫자가 보수한도 안건의 분모와 분자를 함께 줄입니다.
  4. 이사회 결의일의안 번호와 순서를 확정합니다. 감사 보수한도 의안을 함께 올린다면 이사 보수한도 의안과 반드시 나눕니다. 나머지 셋도 한 의안으로 묶지 않습니다.
  5. 소집통지·공고 원고 작성위임장 서식에 의안별로 찬반을 적는 칸을 둡니다. 칸이 하나면 표를 나눌 수 없습니다.
  6. 총회 당일안건마다 분모를 따로 세웁니다. 보수한도 안건의 발행주식총수는 이사를 겸하는 주주의 주식을 뺀 수입니다.
  7. 총회 다음의사록에 안건별 표결 결과와 의결권을 제한한 사실을 나누어 적습니다. 의안을 나누어 의결했으니 기록도 같은 구분입니다.

이사회 결의 전 — 안건을 통과선별로 가릅니다

먼저 가릴 것은 이사 보수한도를 어디에서 정하고 있는지입니다.

상법 제388조(이사의 보수)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

이 조문은 두 갈래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정관에 액을 적어 두는 길이 열려 있고, 적어 두지 않았다면 주주총회가 정합니다. 정관 변경으로 보수한도를 명시하는 방식은 조문이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이라고 적어 이미 전제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434조(정관변경의 특별결의) 제433조제1항의 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한다.

정관에 한도를 적어 두면 한도를 바꿀 때마다 특별결의를 거칩니다. 정관에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한다는 근거만 두고 금액은 매년 승인 안건으로 올리는 편이 통과선을 낮게 유지합니다. 정관에 금액을 적어 둔 회사라면 그 조항부터 정하십시오.

정관을 열어 보지 않고 승인 안건만 올리면 그 결의로 정관에 적힌 한도를 넘길 수 없고, 정관에 근거가 없는데 금액만 올리면 승인의 근거를 소집통지에 적을 수 없습니다.

이사회 결의일 — 상정 순서와 의안 번호를 확정합니다

순서보다 먼저 정할 것은 묶지 않는 일입니다. 그중 한 자리는 법이 이미 정해 두었습니다.

상법 제542조의12(감사위원회의 구성 등) 제5항 상장회사가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감사의 선임 또는 감사의 보수결정을 위한 의안을 상정하려는 경우에는 이사의 선임 또는 이사의 보수결정을 위한 의안과는 별도로 상정하여 의결하여야 한다.

주어가 「상장회사」입니다. 제5항에는 자산 규모나 기관 구성을 따지는 단서가 없어 상장회사면 그대로 걸립니다. 비상장회사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어기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부과 대상은 회사가 아니라 이사·집행임원·감사 등 임원 개인입니다(상법 제635조 제4항 제2호와 같은 조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감사 보수한도 승인을 같은 총회에 올린다면 이사 보수한도와 묶는 것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조문이 갈라 놓은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사 보수한도와 퇴직금 규정, 정관 변경을 서로 나눌지는 법이 명령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셋을 한 의안으로 올리면 표를 나눌 수 없습니다.

이사 보수한도를 승인하는 안건에서 이사를 겸하는 주주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상법 제368조(총회의 결의방법과 의결권의 행사) 제3항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대법원은 2026년 4월 2일 선고한 판결에서 이 조문이 이사 보수 결의에 어떻게 걸리는지 판단했습니다. 주주이면서 이사인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다219931 판결 (…)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수에 산입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상법 제371조 제2항) 상법 제368조 제1항의 정족수 계산의 기초가 되는 '발행주식의 총수'에도 산입되지 아니함이 타당하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25다219931]

이사를 겸하는 주주의 주식은 출석 의결권 수에서도 빠지고 발행주식총수에서도 빠집니다. 분모가 준 만큼 4분의 1 요건에 필요한 주식수도 줄어듭니다.

이 조문은 안건의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주어가 「총회의 결의」이므로 갈리는 기준은 안건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느냐입니다. 한도를 정관에 적어 둔 회사가 그 한도를 고치려고 올리는 정관 변경은 이사의 보수를 정하는 결의이기도 해서 위 판결이 다룬 자리와 겹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이 회사의 정관 일부 변경은 보수와 무관한 조항이라 표를 뺄 자리는 아닙니다.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을 고치는 안건에는 갈림 지점이 하나 남습니다. 그 규정을 고치는 결의가 제388조가 말하는 이사의 보수에 관한 결의에 해당하는가입니다. 위 판결의 법리가 제388조에 따른 보수 결의를 요건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1977. 11. 22. 선고 77다1742 판결 이사의 퇴직위로금은 상법 388조에 규정된 보수에 포함된다 할 것이므로 (…)

[관련 판례: 대법원 77다1742]

다만 이 판시가 말한 것은 퇴직위로금이 제388조의 보수에 든다는 데까지입니다. 퇴직금 규정 개정 안건에서 이사를 겸하는 주주의 의결권이 제368조 제3항으로 제한되는지까지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 좁은 쟁점을 직접 다룬 판례·해석례는 조문 번호와 인접 조문, 해석례까지 넓혀 찾아보았으나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없다는 뜻은 아니므로 제한이 걸릴 수 있는 쪽으로 준비해 두십시오. 묶어 두면 제한이 걸린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 의안 전체의 표를 다시 세게 되고, 나누어 두면 그 의안 하나로 좁혀집니다.

정관 변경 안건에는 시행일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집중투표에 관한 특례는 상법 제542조의7이 정하고 있고, 2026년 9월 10일 시행된 개정으로 그 제3항은 제2항의 상장회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상법 제542조의7 제3항). 제2항이 가리키는 회사는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이고, 상법 시행령 제33조는 이를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로 정합니다. 자산 2조 원 미만인 우리 회사의 정관 변경 안건에는 이 금지가 걸리지 않습니다.

총회 당일 — 안건마다 분모를 따로 세웁니다

보수한도 안건의 발행주식총수는 정관 변경 안건의 발행주식총수와 다릅니다.

발행주식 100만 주 회사에서 안건별로 갈리는 통과선
이사를 겸하는 주주가 30만 주를 가진 경우입니다. 무의결권 우선주나 자기주식이 있다면 상법 제371조 제1항에 따라 두 안건 모두 분모가 더 줄어듭니다.
세는 항목이사 보수한도 승인정관 일부 변경
계산의 기초가 되는 발행주식총수70만 주100만 주
발행주식총수 요건17만 5,000주 (4분의 1)33만 3,334주 (3분의 1)
출석 의결권 요건출석분의 과반수출석분의 3분의 2 이상

두 숫자를 나란히 적어 의장 대본에 옮기십시오.

주의 — 위임장을 의안별로 나누지 않은 경우

안건을 나누어 올려도 위임장 찬반을 한 칸으로 받으면 표를 안건별로 나눌 수 없습니다. 이사를 겸하는 주주가 위임인에 들어 있다면 그 주식은 보수한도 안건에서 빼고 정관 변경 안건에서는 세야 하는데, 한 칸짜리 위임장에는 그 구분이 담기지 않습니다. 위임장 서식에 의안별 칸을 두십시오. 구분이 없으면 그 표를 어느 안건에 넣을지 총회장에서 정하게 됩니다.

위임장 서식은 2027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한 번 더 손보게 됩니다. 상법 제368조 제2항 개정규정(2027년 1월 1일 시행)이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 옆에 전자문서를 열어 두기 때문입니다. 같은 조 제1항·제3항의 문언은 그 시행본에서도 같아 위에 적은 통과선은 그대로입니다.

의사록에도 보수한도 안건에서 의결권을 제한한 주주와 그 주식수를 함께 적습니다. 이 기록이 없으면 분모를 왜 70만 주로 잡았는지 설명할 근거가 없습니다.

안건 목록을 짤 때 손댈 곳은 네 군데입니다. 감사 보수한도 의안을 함께 올린다면 이사 보수한도 의안과 나누어 상정합니다 — 이것만 법이 정한 것이고, 어기면 이사 등 임원 개인에게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나머지 셋은 실무 판단입니다. 보수한도 승인과 퇴직금 규정 개정, 정관 변경을 각각 다른 의안으로 나눕니다. 보수한도 안건의 발행주식총수를 이사를 겸하는 주주의 주식을 뺀 수로 따로 계산합니다. 위임장 서식에 의안별 칸을 둡니다. 정관에 한도를 적어 두는 방식은 상법 제388조가 열어 두었으나 그 뒤 한도를 고칠 때마다 특별결의를 거치게 되고, 자산 2조 원 미만 상장회사라면 이번 개정으로 집중투표 배제 조항을 손대야 할 의무는 생기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