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자산 1조 원대 기계부품 회사의 주식 담당 정 과장은 정기주주총회를 마치고 결과표를 정리하다 한 줄을 다시 읽었습니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이 부결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해 보수는 이미 매달 나가고 있었고, 다음 정기주주총회는 1년 뒤입니다. 정 과장이 확인하려 한 것은 그 사이에 무엇을 근거로 보수를 지급하느냐였습니다. 부결은 그 근거를 어디까지 지우는 것일까요?

이 글은 자산총액 2조 원 미만 상장회사에서 이사 보수한도 안건이 부결된 뒤를 다룹니다. 담당자들이 실제로 묻는 다섯 가지입니다.

  • 부결이 지우는 것과 지우지 않는 것
  • 대주주 지분이 있어도 표가 모자라는 이유
  • 이미 나간 돈의 이름을 바꾸는 길
  • 같은 안건을 다시 물을 수 있는 시점
  • 회의록에 남겨야 하는 계산의 흔적

1이사 보수한도 안건이 부결되면 그해 보수를 지급할 수 있나요?

결론

정관에 보수액이 적혀 있지 않다면 지급할 근거가 없습니다. 상법은 정관과 주주총회 결의 가운데 하나를 요구하는데, 부결은 그중 어느 것도 남기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사의 보수는 회사와 이사가 계약으로 정하는 사항이 아닙니다. 조문이 그 결정권을 주주에게 두고 있습니다.

상법 제388조 (이사의 보수)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

[관련 법령: 상법 제388조]

짧은 한 문장이지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대상은 「이사의 보수」이고, 조건은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이며, 효과는 주주총회 결의로 그 액을 정하는 일입니다.

상장회사 정관은 대개 금액을 적지 않고 주주총회 결의로 정한다고만 둡니다. 그러면 조건이 채워져 효과 부분이 그대로 걸립니다. 그해 보수를 지탱하는 것은 결의 하나뿐입니다.

정관에 금액이 적혀 있는 회사라면 이 질문이 생기지 않습니다. 조건이 채워지지 않아 결의를 받을 일이 없고, 한도를 바꾸려면 정관 변경 안건이 그 자리에 옵니다.

부결은 그 결의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한도를 낮춰 정한 것도, 지난해 한도를 이어 쓰기로 한 것도 아닙니다. 정해진 것이 없으니 회사에는 지급할 근거가 남지 않습니다.

2대주주 지분이 넉넉한데도 이 안건이 부결될 수 있나요?

결론

있습니다. 주주 겸 등기이사인 사람은 이 안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그 주식은 정족수 계산의 양쪽에서 함께 빠집니다.

상법은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의 의결권을 막아 둡니다. 자기 이익이 걸린 안건을 자기 표로 정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입니다.

상법 제368조 제3항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관련 법령: 상법 제368조 제3항]

대법원은 2026년 4월 2일 선고한 2025다219931 판결에서 이 조항이 보수한도 결의에 어떻게 걸리는지 정리했습니다. 주주 전원이 이사이거나 특별이해관계인을 빼면 의결권을 행사할 사람이 없어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이면서 이사인 사람은 이 안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같은 판결은 그 주식이 어디에서 빠지는지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수에서 빠지는 것은 상법 제371조 제2항이 정하고 있고, 제368조 제1항의 발행주식총수에도 산입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결의 판단입니다.

보통결의를 판정하는 두 수치 주주 겸 등기이사의 주식 근거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수 빠집니다 제371조 제2항
발행주식총수 빠집니다 2025다219931 판결

보통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두 수치로 판정됩니다. 한쪽에서만 빼면 성립 여부가 반대로 계산됩니다.

이 제한은 자산 2조 원 미만 상장회사에도 그대로 걸립니다. 조문이 회사의 규모를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주주가 등기이사를 겸하고 있다면 그 지분은 이 안건에서 표로 쓰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판결이 가른 기준은 지분의 크기가 아니라 이사의 지위입니다. 지주회사가 지분을 들고 있고 개인만 등기이사로 올라 있는 구조라면, 이 안건에서 묶이는 것은 그 개인이 가진 주식입니다. 표를 세기 전에 주주명부와 등기부를 나란히 놓고 겹치는 이름을 먼저 골라내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다른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한 총회에서 이 안건만 부결되는 일이 생깁니다. 남은 주주의 출석이 적으면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요건을 채우지 못해 결의 성립 자체가 막히기도 합니다.

3이미 지급한 보수를 일반 급여 명목으로 소급 처리할 수 있나요?

결론

이름을 바꿔도 상법 제388조의 보수입니다. 명칭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지급 근거가 생기지 않습니다.

조문에 명칭이 적혀 있지 않은 것은 이름에 따라 요건이 달라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2020년 4월 9일 선고한 2018다290436 판결에서 제388조의 「이사의 보수」에는 월급·상여금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대가가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성과급이나 특별성과급처럼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금원도 같습니다.

그 사건에서 대표이사가 주주총회 결의 없이 「특별성과급」 명목으로 받은 금원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으로 판단됐습니다. 총회를 열었더라면 결의가 되었을 것이라는 사정도, 그 금액이 이미 정해 둔 보수한도 안에 있다는 사정도 결의를 대신하지 못했습니다.

한 판결에 그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4년 12월 24일 선고 2024다271931 판결은 연봉·수당·상여금·성과급 등 명칭을 불문한 모든 대가가 이 조문의 보수에 포함되며 제388조가 강행규정이라고 다시 적었고, 2025년 12월 11일 선고 2025다214605 판결은 결의가 없으면 이사가 보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앞의 판결을 참조판례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계정과목을 급여로 바꾸는 작업은 지급 근거를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나간 돈의 근거를 회사가 설명해야 하는 자리는 그대로 남고, 결의 없이 나간 금액은 회사가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가 다시 문제가 됩니다.

주의

회계·세무 처리를 먼저 맞추고 상법 쪽 근거를 뒤로 미루는 순서가 위험합니다. 장부에는 정리된 지급이 상법상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지급으로 남습니다.

지급을 이어갈지 멈출지는 근거를 확인한 다음에 정합니다. 명칭을 바꾸어도 근거는 생기지 않습니다. 명칭을 손보기 전에 나간 금액과 그 지급 근거부터 정리해 둡니다.

4부결된 안건을 언제 다시 올릴 수 있나요?

결론

상법은 그 시기를 정하지 않습니다. 다음 정기주주총회까지 기다리라는 제한도 조문에 없습니다.

제388조가 요구하는 것은 결의 하나입니다. 정기주주총회에서 받으라거나 한 사업연도에 한 번만 물으라는 문장이 없습니다.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다시 묻는 길이 이 조문으로 막혀 있지는 않습니다.

다시 올려도 계산은 그대로입니다. 두 번째 총회에서도 주주 겸 등기이사의 주식은 자기 보수가 걸린 안건에서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에 해당하므로 빠집니다. 안건 이름을 바꾸거나 한도 금액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제외된 표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다음 총회에서 손댈 곳은 부결의 원인에 따라 갈립니다.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을 채우지 못했다면 참여가 모자란 것이고,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다면 찬성이 모자란 것입니다. 결과표에 남은 두 수치가 그 답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남은 주주의 참여입니다. 제외되지 않는 주주의 표를 얼마나 모으느냐가 두 번째 결의의 변수입니다. 그 표를 세어 보지 않고 날짜부터 잡으면 같은 결과를 한 번 더 받게 됩니다.

5회의록에는 이 의결권 제한을 어떻게 적나요?

결론

제외한 주식과 제외한 뒤의 두 수치를 함께 적습니다. 「제한하였음」 한 줄만 남기면 결의가 성립했는지를 나중에 다시 계산할 수 없습니다.

보통결의의 성립은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이 두 수치로 판정됩니다. 특별이해관계인의 주식은 그 두 수치에서 각각 빠지므로, 빼기 전 수치만 적힌 회의록으로는 성립 여부를 되짚을 수 없습니다.

기재 예시
본 의안은 상법 제368조 제3항에 따라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의안이므로, 주주 ○○○ 외 ○명이 보유한 ○○○주를 발행주식총수와 출석 주주의 의결권 수에서 각각 제외하고 표결하였다. 제외 후 발행주식총수 ○○○주,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수 ○○○주, 찬성 ○○○주로 본 의안은 부결되었다.

제외한 주주와 주식 수, 제외한 뒤의 발행주식총수와 출석 의결권 수, 그리고 찬성 수. 이 다섯 값이 있으면 회의록만으로 계산이 다시 밟힙니다.

결의 결과를 다투는 주주가 나오면 회사가 먼저 내놓아야 하는 것이 이 계산입니다. 부결된 안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외 범위를 넓게 잡았는지 좁게 잡았는지가 그 자리에서 다시 다뤄집니다.

부결은 그해 보수를 잠시 멈추는 사건이 아니라 그 보수를 지탱하던 근거를 지우는 사건입니다. 자산 2조 원 미만 상장회사도 이 계산에서 비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총회 당일이 아니라 안건을 확정하고 표를 세는 단계에서 갈립니다. 누구의 주식이 이 안건에서 빠지는지, 빼고 나면 몇 주가 남는지를 미리 세어 두면 부결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