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됐다는 보고를 받고 표를 다시 세어 보면, 찬성률은 80%를 넘는데 결의가 서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상법 제434조가 통과선을 두 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함께 채워야 하고, 한쪽만 넘겨서는 안건이 통과되지 않습니다. 참석이 저조한 총회일수록 뒤의 기준이 먼저 무너집니다.
두 기준이 나란히 서 있다는 사실은 조문을 펴 놓고 보면 분명한데도 실무에서 자주 한쪽만 계산됩니다. 1996년 10월 1일 전까지 이 조문이 전혀 다른 모양이었고, 그때의 계산 감각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글은 주주총회에 정관 변경 안건을 올리는 상장회사를 다룹니다. 비상장회사는 주주 수와 참석 구조가 달라 걸리는 자리도 다릅니다.
1996년 10월 1일부터 정족수의 축이 바뀌었습니다
개정 전 조문은 출석 자체에 문턱을 두었습니다.
개정 전 — 상법 제434조(1996년 9월 30일까지) 전조제1항의 결의는 발행주식의 총수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출석으로 그 의결권의 3분의 2이상의 다수로써 하여야 한다.
발행주식총수의 과반이 모여야 회의가 열렸고, 그 문턱을 넘은 뒤에는 기준이 하나였습니다. 출석분의 3분의 2를 채우면 가결이었습니다. 발행주식총수를 다시 들여다볼 일은 없었습니다.
1995년 12월 29일 공포된 개정법이 이 구조를 바꿨습니다.
현행 — 상법 제434조(정관변경의 특별결의) 제433조제1항의 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한다.
출석 문턱이 사라진 대신 통과선이 둘로 늘었습니다. 앞의 수는 개정 전과 같은 3분의 2이고, 뒤의 수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433조 제1항의 결의란 정관을 바꾸는 주주총회 결의입니다.
바뀐 것은 계산의 난이도가 아니라 계산을 멈추는 지점입니다. 개정 전에는 출석분만 세면 결론이 났지만, 지금은 발행주식총수까지 한 번 더 세야 결론이 납니다.
두 수는 「또는」이 아니라 「와」로 묶여 있습니다
조문은 두 수를 「와」로 잇습니다. 한쪽을 크게 넘겨도 다른 쪽이 모자라면 부결됩니다. 앞의 수가 90%든 99%든 뒤의 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계산이 멈추는 자리는 대개 앞쪽입니다. 출석한 주주만 놓고 세면 찬성률이 높게 나오고, 그 수가 3분의 2를 넉넉히 넘으면 뒤의 수는 확인하지 않은 채로 넘어갑니다. 반대표가 거의 없는 안건일수록 이 생략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 분모: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수
- 총회 당일 개표가 끝나야 확정
- 참석이 적으면 오히려 넘기기 쉬움
- 분모: 발행주식총수
- 기준일에 이미 확정
- 참석이 적으면 그대로 미달
두 기준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참석이 줄면 앞의 비율은 올라가고 뒤의 비율은 내려갑니다.
확정 시점이 다르다는 점은 실무에서 쓸모가 있습니다. 뒤의 수는 총회를 열기 전에 계산해 둘 수 있습니다.
뒤의 기준은 비율이 아니라 찬성 주식수의 최저선입니다
발행주식총수는 총회 전에 굳습니다. 여기에 3분의 1을 곱하면 찬성표가 닿아야 할 주식수가 하나 나옵니다. 조문이 「3분의 1 이상」이므로 그 수와 같으면 충족입니다. 그 수는 당일 몇 명이 오든 움직이지 않습니다.
곱하기 전에 분모를 정리합니다. 의결권 없는 주식은 발행주식총수에 산입하지 않습니다(상법 제371조 제1항). 자기주식과 무의결권 우선주, 상호주가 있는 회사는 그만큼 분모가 줄고, 넘어야 할 주식수도 따라 내려갑니다.
이 수를 먼저 잡아 두면 판단이 단순해집니다. 확보한 우호 지분 합계가 그 수에 못 미치면 출석률이 아무리 낮아도 안건은 통과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수를 넘겨 두었다면 남는 변수는 첫째 기준 하나입니다.
숫자로 놓으면 걸리는 자리가 드러납니다
발행주식 100만 주 가운데 자기주식과 무의결권 우선주 10만 주를 뺀 90만 주가 분모인 회사를 놓고 봅니다. 넘어야 할 찬성 주식수는 30만 주입니다.
| 항목 | 안건 A | 안건 B |
|---|---|---|
|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 | 90만 주 | 90만 주 |
|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수 | 40만 주 | 35만 주 |
| 찬성 | 32만 주 | 29만 주 |
| 첫째 기준 — 출석분의 3분의 2 | 80.0% · 충족 | 82.9% · 충족 |
| 둘째 기준 —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 35.6% · 충족 | 32.2% · 미달 |
| 결과 | 가결 | 부결 |
두 안건의 차이는 찬성률이 아니라 찬성 주식수입니다. B는 출석한 주주 사이에서 더 높은 지지를 받고도 30만 주라는 선에 1만 주가 모자랍니다.
두 막대 모두 90만 주를 100으로 놓은 값입니다. 세로선이 3분의 1 선이고, B는 그 선 앞에서 멈춥니다.
같은 총회에 보통결의 안건이 함께 올라와 있으면 이 차이가 더 드러납니다. 보통결의의 뒤쪽 기준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이므로(상법 제368조 제1항), 정관 변경만 혼자 부결되는 그림이 나옵니다. 의사록에는 같은 참석자 명단 아래 가결과 부결이 나란히 남습니다.
안건을 올리기 전에 넘어야 할 주식수를 세워 둡니다
총회 전에 확정할 수 있는 것은 뒤의 수뿐입니다. 기준일 현재 자기주식 잔고와 무의결권 우선주를 빼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를 확정하고, 거기에 3분의 1을 곱해 주식수 하나를 적어 둡니다. 그 수가 이번 정관 변경의 실제 목표치입니다.
그다음은 확보한 표를 같은 단위로 놓는 일입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우호 지분을 주식수로 더해 목표치와 견줍니다. 비율로 견주면 출석률이 섞여 들어와 판단이 흐려집니다.
모자란다면 남은 방법은 표를 더 모으는 것입니다. 소집 통지 전에 알면 위임장 권유와 전자투표 도입을 준비할 시간이 있지만, 당일 개표대에서 알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둘째 기준은 총회 당일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일의 문제입니다.
정관 변경은 한 번 부결되면 같은 안건을 다시 올리기까지 다음 총회를 기다려야 합니다. 임시주주총회를 따로 열면 소집 절차와 비용이 다시 듭니다. 오늘 열어 볼 것은 기준일 현재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 하나이고, 그 수의 3분의 1을 적어 두는 데까지가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