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자산 7,000억 원 규모 전자부품 제조업체에서 주식 업무를 맡은 박 차장은 정기주주총회를 여덟 주 앞두고 서면 한 통을 받았습니다. 지분 3.4%를 가진 주주가 이사 한 명을 후보로 올려 달라고 적어 보낸 제안서였습니다. 주주명부를 열어 보니 그 주주가 주식을 취득한 것은 넉 달 전이었고, 박 차장은 상장회사가 지켜야 할 6개월을 채우지 못했으니 요건 미달로 돌려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처리해도 되는 것일까요.

보유기간이 모자란다는 이유만으로 주주제안을 돌려보내면 상정 의무를 어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상장회사 주주에게는 6개월 보유에 1%를 갖추는 경로와, 보유기간 없이 3%를 갖추는 경로가 나란히 열려 있습니다. 두 경로는 택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요건을 갖춘 제안을 이사회가 목적사항에서 뺄 수 있는 경우는 법령 또는 정관 위반과, 시행령이 열거한 다섯 가지뿐입니다.

이 글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접수한 상장회사를 다룹니다.

두 경로를 가르는 네 개의 값과 그 근거
완화 기준은 자산총액이 아니라 자본금입니다.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 자본금이 1천억 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적용됩니다.
확인 항목값근거
경로 ⓐ 일반규정 — 지분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 상법 제363조의2 제1항
경로 ⓐ — 보유기간 요건 없음 상법 제363조의2 제1항
경로 ⓑ 상장회사 특례 — 지분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천분의 10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1천분의 5) 상법 제542조의6 제2항 · 상법 시행령 제32조
경로 ⓑ — 보유기간 6개월 전부터 계속 보유 상법 제542조의6 제2항
두 경로의 관계 나란히 선다 — 어느 한쪽을 갖추면 행사할 수 있다 상법 제542조의6 제10항
제출 기한과 방식 주주총회일의 6주 전 · 서면 또는 전자문서 상법 제363조의2 제1항

체크리스트 — 접수한 날부터 총회 당일까지

  1. 접수한 날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왔는지, 주주총회일의 6주 전을 지켰는지 먼저 봅니다. 접수 일자와 도달 방식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2. 요건 심사지분율과 보유기간을 두 경로에 각각 대어 봅니다. 한 경로만 갖춰도 요건은 충족됩니다.
  3. 이사회 보고이사는 받은 제안을 이사회에 보고합니다. 상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사 개인이 아니라 이사회입니다.
  4. 내용 심사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는지, 시행령이 열거한 다섯 가지에 해당하는지 봅니다. 그 밖의 이유로는 뺄 수 없습니다.
  5. 소집통지 작성목적사항에 올리고, 제안 주주가 청구했으면 그가 제출한 의안의 요령을 통지에 적습니다.
  6. 총회 당일제안 주주가 청구하면 그 의안을 설명할 기회를 줍니다.

접수한 날 — 기한과 방식을 먼저 확정합니다

기한은 주주총회일의 6주 전입니다. 정기주주총회라면 조문이 그 기준일을 괄호 안에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직전 연도의 정기주주총회일에 해당하는 그 해의 해당일이 기준이고, 올해 총회일을 아직 이사회가 잡지 않았더라도 이 날짜는 계산됩니다.

상법 제363조의2(주주제안권) ① 의결권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사에게 주주총회일(정기주주총회의 경우 직전 연도의 정기주주총회일에 해당하는 그 해의 해당일.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6주 전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이하 '주주제안'이라 한다)할 수 있다.

방식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 둘입니다. 전자문서가 조문에 들어온 것은 2009년 2월 4일 시행분부터이고, 그 전에는 서면만 인정됐습니다. 지금은 전자우편으로 온 제안도 방식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기한을 넘겨 온 제안은 그 사실만으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다만 접수 일자를 회사가 기록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증명할 것이 남지 않습니다. 도달한 날과 방식을 그날 적어 두십시오.

요건 심사 — 두 경로 가운데 하나만 갖추면 됩니다

지분율과 보유기간은 묶어서 보는 값이 아닙니다. 두 경로가 각각 다른 짝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일반규정은 지분 3%를 요구하는 대신 보유기간을 묻지 않고, 상장회사 특례는 지분을 1%로 낮추는 대신 6개월 보유를 요구합니다.

같은 주주가 두 경로 가운데 어느 쪽으로도 설 수 있습니다
경로 ⓐ — 일반규정
  •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
  • 보유기간을 묻지 않습니다
  • 어제 산 주식으로도 요건이 섭니다
경로 ⓑ — 상장회사 특례
  • 같은 분모의 1% 이상 (자본금 1천억 원 이상 회사는 0.5% 이상)
  • 6개월 전부터 계속 보유
  • 지분이 적은 주주가 기간으로 채우는 길입니다

왼쪽은 상법 제363조의2 제1항이, 오른쪽은 상법 제542조의6 제2항과 상법 시행령 제32조가 정합니다. 두 칸은 선택지이지 단계가 아닙니다.

두 경로가 나란히 서는 근거는 상법 제542조의6 제10항입니다. 상장회사 특례를 모아 둔 절에는 그 절이 다른 절보다 앞선다는 원칙이 따로 있는데(상법 제542조의2 제2항), 제10항이 소수주주권에 관해서는 그 원칙을 물러나게 합니다. 제1항부터 제7항까지가 이 장의 다른 절에 따른 소수주주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완화 기준을 자산 규모로 읽지 마십시오. 지분 요건이 0.5%로 내려가는 회사를 정한 것은 상법 시행령 제32조이고, 그 조문이 쓰는 말은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의 자본금이 1천억 원 이상인 상장회사입니다. 자산 2조 원이라는 선은 이 조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나 독립이사 비율에서 쓰이는 선을 여기로 옮겨 오면 대상 회사가 어긋납니다.

주의

보유기간만 보고 반려하면 적법한 제안을 거부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지분이 3%를 넘는 주주라면 6개월을 채우지 못했어도 일반규정 경로로 요건을 갖춥니다. 상법 제363조의2 제3항은 법령 또는 정관 위반과 대통령령이 정한 경우를 빼고는 이사회에 목적사항으로 삼을 의무를 지웁니다. 요건 심사는 두 경로에 모두 대어 본 뒤에 끝내십시오.

이사회 보고와 내용 심사 — 뺄 수 있는 경우는 조문이 정한 것뿐입니다

요건을 갖춘 제안은 이사 개인이 판단해 처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사는 받은 제안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목적사항으로 삼을지는 이사회가 정합니다. 그리고 이사회가 뺄 수 있는 경우는 두 갈래로만 열려 있습니다.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는 경우가 하나이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가 다른 하나입니다.

상법 시행령 제12조(주주제안의 거부) 법 제363조의2제3항 전단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란 주주제안의 내용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의 100분의 10 미만의 찬성밖에 얻지 못하여 부결된 내용과 같은 내용의 의안을 부결된 날부터 3년 내에 다시 제안하는 경우 2. 주주 개인의 고충에 관한 사항인 경우 3. 주주가 권리를 행사하기 위하여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소수주주권에 관한 사항인 경우 4. 임기 중에 있는 임원의 해임에 관한 사항[법 제542조의2제1항에 따른 상장회사(이하 "상장회사"라 한다)만 해당한다]인 경우 5.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 또는 제안 이유가 명백히 거짓이거나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항인 경우

다섯 호를 읽을 때 걸리기 쉬운 자리가 제1호입니다. 3년이라는 기간은 부결된 날부터 세고, 찬성률 10% 미만이라는 조건이 함께 붙습니다. 지난해 20%의 찬성을 얻고 부결된 의안이 올해 다시 올라왔다면 이 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제4호는 상장회사에만 적용됩니다. 임기 중인 임원을 해임하자는 제안이 그 대상이고, 임기가 끝나는 이사의 후임을 정하자는 제안은 여기 들어가지 않습니다. 앞의 사례에서 온 이사 후보 추천은 해임이 아니라 선임이므로 이 호로 뺄 수 없습니다.

열거에 없는 이유를 보태지 마십시오. 제안이 경영 판단에 맞지 않는다거나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다섯 호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문이 정한 것 말고 다른 사유로 목적사항에서 빼면 상정 의무를 어긴 것이 됩니다. 판단이 갈리는 제안이라면 이사회 의사록에 어느 호를 근거로 삼았는지 남기고, 결론이 서지 않으면 총회 전에 법률 자문을 받으십시오.

소집통지와 총회 당일 — 의안의 요령과 설명 기회

제안을 목적사항에 올리는 것과 의안의 요령을 통지에 적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앞엣것은 제3항이 이사회에 지우는 의무이고, 뒤엣것은 제2항에 따라 주주가 따로 청구해야 생기는 의무입니다. 청구가 있었다면 그가 제출한 의안의 요령을 소집통지에 기재해야 합니다.

이 청구 역시 주주총회일의 6주 전까지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해야 합니다. 목적사항 제안과 같은 기한이므로 실무에서는 한 통에 함께 담겨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지 문안을 짤 때 그 요령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확인하십시오.

총회 당일에는 설명 기회가 남습니다. 제안한 주주가 청구하면 회사는 그 의안을 설명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의장 시나리오에 그 순서를 미리 넣어 두면 당일에 판단할 일이 줄어듭니다.

오늘 열어 볼 것은 주주명부와 이번 총회의 일정표 두 가지입니다. 앞의 것으로 제안 주주의 지분율과 취득일이 잡히고, 뒤의 것으로 6주 전이 언제였는지가 정해집니다. 그 두 값이 나오면 요건 심사는 끝나고, 남는 일은 이사회에 보고해 다섯 호에 걸리는지 확인하는 것뿐입니다.